회식(노미카이)의 공식적인 자리는 끝났습니다. 차를 가져온 사람들은 이미 돌아갔습니다. 당신은 술을 꽤 많이 마신 상사, 그리고 동료 한 명과 함께 막차에 타고 있습니다. 그때 상사가 말을 꺼냅니다. 예전부터 꼭 가 보고 싶었던 바가 있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요.
당신은 막차 이야기를 꺼냅니다. 상사는 택시를 불러 주겠다고 합니다. 술을 마시고 그 시간에 혼자 택시를 타고 가고 싶지는 않다고 하자, 상사는 "괜찮아, 여기 일본이잖아"라며 손을 내젓습니다.
어쩌면 동료 한 명이 나서서 대신 가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수도 있고요. 어느 쪽이든 집에 돌아온 당신은 다음 날 내내 그 장면을 곱씹습니다. 내가 무례했던 걸까, 이게 나중에 불이익으로 돌아오진 않을까, 만약 그 자리에 나 혼자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런 패턴을 충분히 자주 봐 왔기에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뒤에 찾아오는 불안은 지극히 정상이고, 집에 가기로 한 결정은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 특히 첫 직장에 다니며 일본의 직장 문화가 아직 낯선 사람들은 이런 밤을 보내고 나면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부터 묻습니다. 상사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 좀 더 매끄럽게 넘겼어야 했나? 이게 인사 평가에까지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이 질문들에 빠져 있는 게 무엇인지 보세요. 눈에 띄게 취한 고위 관리자가 막차 시간이 지나 신입 직원에게 단둘이 바에 가자고 밀어붙인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선택 사항인 2차를 거절하는 것은 업무 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집에 가는 것은 모욕이 아닙니다. 상식적인 상사라면 잠깐 아쉬워하다가 월요일쯤이면 잊어버릴 겁니다. 정중한 거절을 배신처럼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당신의 프로페셔널함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해 말해 주는 것입니다.
남자의 커리어를 "망치지" 않으려면 아예 회식에 빠지라고 농담하는 동료의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농담처럼 포장했더라도, 그런 말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떠넘깁니다. 그 말이 얼마나 아팠는지 그대로 느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 짐을 이제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거절하기 가장 어려운 순간은 밤 11시 45분, 술기운이 오른 윗사람이 눈앞에 있을 때입니다. 그러니 그때 결정하지 마세요. 점심시간에 미리 정해 두세요.
회식 전에 세 가지를 정해 두세요.
마시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일본 회식에서는 중간중간 우롱차나 물을 마시는 게 흔한 일이고, 따로 이유를 댈 필요도 없습니다. 정신이 맑아야 상황을 파악하기도, 내 뜻대로 자리를 뜨기도 훨씬 쉬워집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둘 빠질 때 함께 나와도 괜찮습니다. 무리가 두세 명으로 줄어드는 바로 그 순간이, "선택 사항"이었던 권유가 더 이상 선택 사항처럼 느껴지지 않기 시작하는 때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날 밤이 무사히 끝난 건 딱 맞는 말을 찾아서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상황을 알아차리고 나서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건 의식적으로 만들어 둘 가치가 있습니다. 직장에서 눈치가 빠른 사람이 누구인지 떠올려 보세요. 예전에 누군가를 감싸 준 적이 있는 동료일 수도 있고, 전에 당신 편을 들어 준 상사일 수도 있습니다. 그중 한 명에게 조용히 "1차 끝나고 같이 나갈래요?"라고 물어보세요. 괜찮은 사람이라면 대부분 자세한 사정을 묻지 않고도 그러자고 할 겁니다.
이미 무슨 일이 있었다면, 예를 들어 전에 술에 취한 동료와 문제가 있었다면, 기억나는 것을 적어 두세요. 날짜, 장소, 오간 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일이 있고 나서 가까운 시점에 남긴 메모는 기억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나중에 훨씬 믿을 만한 자료가 됩니다. 그 메모를 언젠가 쓸지 말지는 오늘 결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본적인 사실을 알아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일본에서는 법에 따라 고용주가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파워 하라스먼트)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보통은 사내에 상담 창구를 지정해 둡니다. 각 도도부현의 노동국에서도 직장 문제에 관한 무료 상담 창구를 운영합니다. 침묵 말고도 선택지는 많습니다. 설령 끝내 그 선택지를 쓰지 않게 되더라도요.
단 하룻밤의 불편한 일도 어디서든 스트레스가 됩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인간관계 전체가 직장뿐이라면, 그 무게는 다르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같이 밥을 먹고, 속마음을 털어놓고, 주말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모두 직장 동료라면 회사에서의 작은 마찰도 엄청나게 크게 느껴집니다. 상사에게 거절하는 일이 단순히 업무상의 위험처럼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내가 가진 유일한 공동체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험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이 부분입니다. 회식에서 더 고분고분해지는 게 아니라, 직장이 유일한 인간관계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회사 밖에 친구가 있으면, 이런 밤은 새벽 2시에 혼자 곱씹는 일이 아니라 토요일에 커피를 마시며 털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됩니다.
회사 밖의 사람들은 객관적인 시선도 줍니다. 친구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당신이 계속 의심하던 바로 그 말을 대개 바로 해 줄 겁니다. 잘 대처했다고요.
음주 문화 자체가 지치게 느껴진다면, 회식이 소속감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 이유와 술 없이 일본에서 인간관계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글도 읽어 보세요.

친구가 많을 필요는 없습니다. 직함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는 사람 한두 명만 있어도, 삶 전체가 얼마나 안전하게 느껴지는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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